뜻 밖의 눈 선물. :: 2012/01/26 16:35
고스톱을 치며 깔깔대고,
소주를 마시고, 맥주를 마시며 설연휴 마지막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랫만에 만난것도 좋았고, 오랫만에 치는 고스톱도 재밌었고,
적당히 먹은 술맛도 좋았고.
그래서였는지 밖에 눈이 오는지도 몰랐다.
심지어 밖에 나가 차까지 놓고 온 사람이 있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집으로 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쌓인 눈에도 놀랐고,
여전히 펑펑 내리고 있는 눈에도 놀랐어,
우리는 모두 '우악!'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의미를 갖다 붙이기엔 생각지도 않았던 눈이 었고,
그냥 지나치기엔 우리는 너무 오랫만에 만나서였던 것 같다.
발을 내딛으니, 손가락 두마디 만큼 쌓인 눈에 발자국이 생겼다.
꽤 늦은 - 자정이 다 되어가는 - 시간이라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하얀 눈길이 곳곳에 있었다.
미끄러질라 온 다리에 힘을 꽉 주고 걷다보니,
이내 곧 적응이 되어, 이리저리 발길을 돌려가며 발자국을 만들고,
기다려도 오지 않은 차를 버린 채, 다른길로 향했다.
비탈길에선 옆에 있는 사람을 꼭 붙들고,
평지에선 방방 뛰어다니며,
한참을 걷다 보니, 편의점이 보인다.
달큰한 커피 한캔을 사서 잠시 기다리라던 친구를 기다렸다.
눈은 이미 그쳤고, 곳곳에서 눈을 치운 곳들도 생겨났다.
편의점은 한산했고, 나는 혼자였고,
그렇지만 외롭지는 않았다.
뜻밖에, 꽤 오랫만에, 그리고 기분좋게,
내리는 눈을 한참 맞았고,
발끝이 아리도록 눈길을 걸었다.
다른생각은 들지 않았다.
참 좋다...라는 것 밖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