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나기 :: 2008/03/30 16:07
/쫑알쫑알
지난주부터 기분 나쁘게 스리 주말마다 비가 온다.
동해바다, 숙소 안에서 비오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건,
그때는 몰라도 지금 생각해보니 괜시리 센치해짐과 동시에 울적한 분위기마져 떠오른다.
아무도 없었다. 비오는 바닷가에, 세차게 밀려오는 파도 앞에는.
토요일 아침 부랴부랴 10시쯤 눈을 뜨고,
깊은잠에 빠진 나를 두고 나가려는 아빠를 따라 집을 나섰다.
계속 내리는 비덕분에 뭔가 땡기는 음식이 없는데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큰 마트를 찾았다.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기다렸던 보배는 동네 공원을 한바퀴도 채 돌지 못하고,
차안에 갇혀 집까지 돌아왔다. 우울해한다. 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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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전화기를 바꿔드리고, 내심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공짜폰이라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바꿔드린 전화기라서 그런걸까,
생각보다 좋지 않은 아빠 핸드폰 성능에 괜시리 마음이 쓰였다.
밖에 나가면 이것 저것 보고 사서 주렁주렁 달아놓은 내 핸드폰과 다르게,
당신들의 그것은 뭔가 허전하고 부족하여, 큰맘 먹고 비싼 핸드폰 줄과 엄마가 갖고 싶어 하던
곰인형을 샀다. 케이스도 사고.
엄마는 무지 좋아한다. 아빠는 저 녹색끈이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야하다며 어찌 달고 다니시냐더니,
당신 좋아하시는 스타일로 전화기에 아예 쇠걸이로 붙어 버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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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비가 내렸다.
아는 사람을 집앞으로 불러 술이나 한잔 할까 하다가,
이제는 적은 술 앞에서도 하염없이 무너지는 내 속을 떠올리자니 괜시리 구역질이 넘어왔다.
주머니엔 음료수를 사먹고 남은 삼천원이 있기도 했고,
헬스장 밑엔 유혹의 손길에 곳곳에 붙어 있는 만화책방이 있기도 했고,
뭔가 새로운 것이 나왔을까-하는 마음에 들렀다가 또 만화책을 한아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더이상 살은 크게 불어나지 않는다.
식사량을 조절해서인지, 밥도 예전처럼 많이 먹지도 않고, 조금 먹어도 쉽게 배가 부르나,
냉장고에 우연찮게 얻어다 놓은 맥주 한캔의 유혹을 멈출 수 없는 건,
허기짐이나 포만감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 최면의식적인 요소가 있는가보다.
결국 애꿎은 물만 들이키다가 결국,
오전나절에 사다놓은 건포도와 땅콩을 접시에 조금 담고, 맥주 한캔을 따고 말았다.
우연찮게도 빌려다 놓은 만화책의 여주인공도, 집에서 늘 밤에 맥주 한캔을 마신다. - (이상 건어물녀)
'호타루의 빛'에서도 그렇고 '우리들이 있었다'에서도 그렇고,
왜인지 어젯밤엔 코끝이 시리도록 뼈아픈 이별의 이야기들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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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나 되어서 만화책을 보며 훌쩍 거리는 나를 보면,
가끔 나도 너무 웃기지 싶지만,
이런게 나다운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늦은 밤, 맥주 한캔에, 간단한 안주 접시에, 가득쌓인 만화책같은 나.
그냥 그런 주말. 가운데 나.
또 다시 은지원 1집에 꽂혔다.
컴백 당시 미친듯이 생방까지 챙겨보던 나였는데, 어느틈에 '은초딩'에게 물들었다.
그녀석, 젝키 시절에도 그렇게 망가지진 않았는데, 가끔 은지원을 보면 속상할 때도 있다.
너무 상업성이 짙어서 컴백당시에 말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들을때면 가슴 한쪽에서 울컥하는 노래들.
아. 하루종일 돌려듣기.
은초... 아니 은지원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