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자리, 난자리 :: 2008/04/28 13:33
아침부터 전화 폭주.
비상사태에 걸린것같던 몇 주전 악몽이 떠오른다.
금요일을 끝으로 김대리의 자리가 비워졌다.
기분좋게 마무리 했어도 늘 난자리에는 쓸쓸함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저녁을 먹자는 사람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그냥 자리에 앉아서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빈 사무실을 한바퀴 돌았다.
책상은 말끔히 정리되있고,
서랍을 열어보니 사원증이 놓여있다.
그걸 보자니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본인은 오히려 홀가분할껀데, 남아 있는 내가 왜 이러나 싶어.
얼른 도로 넣어두고 그가 앉았던 의자 등반이를 손으로 한번 훑어내린 뒤-
사무실을 나섰다.
나도 여러차례 저렇게 자리를 비운적이 있었더랬는데,
내 힘든것 때문에 소중한 인연들을 놓아두고,
내가 쓰던 연필 몇자루만 남겨두고 빠져나온 내 자리도,
그렇게 쓸쓸했을까 싶어서 괜시리 콧등이 시큰해진다.
저녁을 같이 먹을 걸 그랬나. 하다가,
기분좋게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안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싫든 좋든 나는 그에게 많이 의지하였고,
같은 직급을 달고 들어왔지만 그는 분명히 내게 충분한 '사수'가 되어주어서,
생각지 않은 큰 일이 닥쳤을때 그가 있어 든든하였다.
자신의 미래를 향해 열심히 공부해가는 그의 모습이,
이시대를 사는 같은 사회인으로써 보기 좋았으며,
사람을 대하는 갖가지 면모를 보며 배울 점이 참 많다고도 느꼈다.
물론- 몇가지 사소한 것들은 내가 그보다 낫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아무튼 내가 속한 이 좁은 직장안에서 믿고 의지할만 하겠다고 생각한 유일의 사람이었기도 하다.
아마 사람들도 나에게 그랬을거다.
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면으로도 나에게 기댔던 사람들도 있었을 거고,
꼭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저 사람을 그 자리를 채워주었으면 좋겠다고 바래고 있었을 수도 있고,
그런데도, 나는 내 삶이 중요했고, 그건 나뿐만이 아닐거다.
그도 그래서 이 빈 자리를 만들은 거고...
그렇게 떠나는 사람의 입장을 수어번 경험했는데도,
남아있는 사람의 입장이 되는 순간은 슬프다. 꼭 시련당한 사람마냥,
슬프고 외롭고, 혼자가 되는 것 같아 겁이 난다.
여전히 바쁘다.
전화가 울릴때마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울화가 오늘보다 내일이 ㄷ ㅓ 심해지겠지.
그러면서 갑자기 또 아파오는 턱관절을 매만지면서,
'아 나도 어쩌면 이 자리를 비워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한다.
남아있게 될 사람의 마음 따위는,
그저 어제 하루로 족하게 느끼고도 남았다.
금새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