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되새김질 :: 2008/06/26 10:52

흡사,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금기시 되었던 말을 꺼내고 나면,
처음이 어렵지 두서너번은 쉬워지고 만다.

한번 머리안에 그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맨 정신이건, 술에 만취된 상태이건,
결국 그 말을 내뱉어야 끝나고 만다는걸,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다.
아주 수차례. 반복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이 그 말을 내뱉지 못하는 것은,
머리로 인정하기 어렵더라도,
마음은 거의 그 상태에 매여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했다.
이번만큼은, 더더욱 진지하게.
쉽지 않다는 것도.

돌이켜보면 사실,
그다지 쉬운 이별도 없었다.
나는 쉬웠다고 하지만,
늘 아침엔 마른침을 꼴깍대고 삼키었고,
심지어는 젖은 머리를 드라이로 말리다가,
머리카락이 눈을 찌른다며 투덜대고 곧 울어버리기도 했다.
내쪽에서 먼저 꺼낸 말이었지만,
그 슬픔은 정확히 두동강이 나서 고스란히 나에게도 쌓였다.

몇번을 걸쳐 그러고나니,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또 각기 다른 삶들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그어떤 약도 좋으니,
시간 말고 다른걸 달라는 애원도 있었으나,
알게 모르게 시간이란 것은 마음안에, 머리안에 들어와,
할퀴고 잡아 뜯어 생긴 상처위를 덮고, 또 덮었다.
들춰내고 다시 상처내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고,
그 부위는 빙 둘러 돌아가며 잘 살았다.
사소한 일들로 인해,
그 상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그 시간이란게,
바람에 흩날리는 종잇장 같아서,
가벼운 입김에도 날아가버렸다.
흉터만 남았더라도, 새살이 돋았더라도,
가벼운 바람에도 시리고 아프고,
심지어는 남들보기 창피할 정도의 흔적이라,
다시 꼭꼭 둘러 싸매는대도,
여지없이 티가 나기 마련이더라.
결국 그렇게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아주 쉽게.

그러니 또 한번,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된다.
금기시 되었던 그 말 한마디.
들춰진 상처에 도로 상처를 내더라도,
나는 다시 시간으로 덮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
나는 다시 또 다른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혼란에 빠져.

내뱉고 또 내뱉는다.
꼴깍대던 침. 다른날보다 가느다래진 목구멍으로,
나왔다가 도로 삼키고,
나왔다가 도로 삼키고,
소가 되새김질 하는 모냥으로.
곱씹고 또 곱씹고 있다.

< PREV | 1| ... 30|31|32|33|34|35|36|37|38| ... 253| NEXT >